우리옛집, 지혜로운 삶의 공간_한옥문헌전 | 기획의 글

책 속에서 엿보는 우리 옛집의 지혜

정현숙(鄭鉉淑) 열화당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최근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거문화인 한옥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근자에는 한옥의 역사와 문화뿐만 아니라 한옥 짓기에 이르기까지 한옥과 관련된 다양한 책들이 출간되고 있고, 실제로 살아갈 집으로 한옥을 짓는 것에도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열화당책박물관은 문헌을 통해 한국문화를 조명하는 연속 전시의 하나로, 한글, 한식, 한복에 이어, 우리 옛 건축의 변천과 특징을 살펴보는 한옥 관계 문헌 전시 「우리 옛집, 지혜로운 삶의 공간: 한국의 전통가옥 문헌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된다. 제1부는 전통가옥, 제2부는 궁궐·성곽·사찰·서원 등 가옥 외의 전통건축, 제3부는 한·중·일 삼국 관련 전통건축이다. 전체 450여 권의 전시 문헌 가운데 1부에는 300여 권, 2부에는 100여 권, 3부에는 50여 권의 책을 선보인다. 전통건축 관련 문헌을 통해 전체적인 연구의 흐름을 살펴보면, 전통가옥에 관한 연구의 심도를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제1부는 한국 전통건축 이론서와 전통가옥 관계 책들로 구성된다. 여기에 해당되는 문헌의 종류를 시기적으로 나누어 보면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근현대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집을 짓기 전에 집터 잡기를 가장 중히 여겼고, 따라서 풍수지리에 관한 중국 서적의 필사본들이 많이 유통되었다. 조선의 건축 관련 고서를 논하기 전에 먼저 풍수지리서를 일별해 보자. 『청오경(靑烏經)』은 후한(後漢)의 풍수지리학자 청오가 묘터를 정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정리한 책이며, 당시 민간 장인들 사이에 계승되어 오던 관련 서적과 구전되어 온 내용 등을 발췌하여 집대성한 『노반경(魯班經)』은 원나라의 풍수서이자 대목장(大木匠)을 위한 전문기술서이다. 또 청나라 조정동(趙廷棟)이 1786년에 출간한 양택 이론서인 『양택삼요(陽宅三要)』도 있다. 조선의 대표적인 풍수서로는 『양택삼요』를 근간으로 하여 조선의 실정에 맞게 재구성한 손유헌(孫瑜憲, 1861-1930)의 『역단회도민택삼요(易斷會圖民宅三要)』가 있다. 이 책들은 한결 같이 집터 정하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후대 풍수지리학의 지침서가 되었다.
한국의 전통가옥을 언급한 대표적인 옛 문헌 가운데 하나는 조선 후기 실학자 홍만선(洪萬選, 1643-1715)이 지은 백과전서 『산림경제(山林經濟)』이다.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에 걸쳐 편찬된 이 책은 총 열여섯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가운데 주택의 선정이나 건축에 관한 것은 제1권 ‘복거(卜居)’인데, 각 공간으로 세분하여 주택을 논하고 있다.
이어서 서유구(徐有榘, 1764-1845)는 『산림경제』를 바탕으로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를 편찬했다. 조선 최대의 실용백과사전인 이 책은 삶에 필요한 갖가지 실용지식을 열여섯 분야로 분류하고 있는데, 주택과 관련된 부분은 이운지(怡雲志), 상택지(相宅志), 섬용지(贍用志) 세 부분이다. 이운지는 ‘은자가 사는 곳’, 상택지는 ‘터잡기와 집짓기’, 섬용지는 ‘집짓는 법과 재료’에 대해 논한다.
이익(李瀷)의 학풍을 계승한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李重煥, 1690-1756)이 1751년(영조 27)에 완성한 인문 지리지인 『택리지(擇里志)』는 그의 인본주의, 실용주의, 실리주의, 만민평등사상 등을 보여 주는 것으로 사민총론(四民總論), 팔도총론(八道總論), 복거총론(卜居總論), 총론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옥에 관한 부분은 복거총론이다.
정조 때 북학파의 대표적인 학자 박지원(朴趾源)이 지은 『열하일기(熱河日記)』(1780)는 삼종형인 박명원(朴明源)이 청나라 건륭제의 만수절(萬壽節) 사절로 북경에 갈 때 따라가서 보고 들은 것을 남긴 견문기이다. 이 책에서 중국 청나라와 조선의 가옥을 비교하면서 우열까지 논한 그의 비평적 안목을 엿볼 수 있다.조선시대 주택 관련 고서의 계보와 내용은 이 자료집 다음 글인 「전시 연구 1: 조선시대 건축 관련 문헌의 역사」에서 상세히 언급된다.
일제강점기 동안에도 전통건축에 대한 조사연구가 진행되었는데, 곤 와지로(今和次郞, 1888-1973)와 세키노 다다시(關野貞, 1868-1935)가 대표적인 연구자이다. 곤은 조선총독부의 의뢰를 받아 1922년 개성, 평양, 김천, 전주 등의 살림집을 약 일 개월 정도 답사하고 그 결과를 『조선부락조사특별보고(朝鮮部落調査特別報告)』(1924)로 간행했다. 세키노가 일본에서 출간한 도쿄제국대학 『한국건축조사보고서』(1905)는 한국의 여러 고적을 건축 도면, 사진을 풍부하게 수록하여 설명하였다. 그의 사후에 한국의 건축과 미술사에 대한 여러 논고를 모아 출간한 『조선의 건축과 예술(朝鮮の建築と藝術)』(1941)은 세키노 다다시의 한국에 대한 역사관·예술관을 총체적으로 엿볼 수 있다. 일제의 한국 건축 연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전시 연구 2: 문헌에 나타난 일제강점기 조선 고적조사와 주택개량」에서 소상히 논하고 있다. 
한편, 한국 미술사의 선구자인 고유섭(高裕燮, 1905-1944)의 유고(遺稿) 『조선건축미술사초고(朝鮮建築美術史草稿)』는 한국인에 의해 씌어진 최초의 건축 통사(通史)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으며, 조선건축의 지위, 사적(史的) 분류, 특징 등을 서술한 총론을 시작으로 상고시대, 삼국, 통일신라, 고려, 조선, 대한시대까지를 통관하고 있다. 1930년대 후반에 집필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책은 특히 식민사관에 입각한 일본인 학자들의 조선건축사를 극복할 미학적 기초를 마련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으며, 현재 우리의 건축사가 이 내용을 토대로 정립되었다는 점에서도 한국건축사의 근간을 이루는 소중한 문헌이다. 이 책은 1964년 고고미술동인회에서 『한국건축미술사초고(韓國建築美術史草稿)』(필사 등사본)라는 이름으로 첫 출간되었고, 2010년 열화당에서 ‘우현 고유섭 전집’ 제6권으로 새로이 출간된 바 있다.
열화당책박물관 제2전시실에 전시 중인 한국전통가옥 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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