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 라이프치히 도서전에서 돌아온 책들 + 마르틴 루터, 그리고 비텐베르크·바르트부르크·고슬라르 2013.4.10 – 5.31.

전시 1 – 새책 공간
2013년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 귀국전 2013. 4. 10~5. 31

사단법인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에서는 지난 3월 14일부터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나흘간 열렸던 ‘라이프치히 도서전’에 우리나라 대표로 참가하여 한국관을 운영하면서, 「한글, 그리고 세종의 후예가 만든 책들」이라는 주제로 서구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렸습니다. 한국관의 주제였던 ‘한글’은 한국문화의 르네상스기라 할 15세기 전반기에 세종대왕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표음문자(表音文字)로, 이후 한국인들은 한글로써 다양한 출판과 기록문화를 이루어 왔습니다. 한국관 전시에서는 『훈민정음』(영인본)을 비롯한 한글 관계 고문헌과 한글에 관한 영상, 그리고 여러 국립^공립^사립의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만들어진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보여 주는 도록과 작품집 들을 통해 한국의 문자, 그리고 한국문화의 아름다움을 세계인들에게 전파하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매해 3월에 열리는 라이프치히 도서전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지속적으로 알려 나갈 것을 약속하면서, ‘2013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 전시를 열화당책박물관 ‘도서관+책방’에서 다시금 선보입니다.

 

 


전시장 외부 모습.

전시장 내부 안내문.


새책 공간의 전시풍경.

새책 공간에 진열된 책.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을 열며
왜 라이프치히인가?

이기웅(李起雄)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 이사장, 열화당 대표

종교개혁을 이끈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가 평생 사제(司祭)로 살기를 맹세하는 종신서원(終身誓願)을 한 곳인 동시에, 1519년 로마 가톨릭 교리에 반박해 성직자 요한 에크(Johann Mayer von Eck)와 격렬한 면죄부 논쟁을 벌였던 도시. 만년의 바흐가 이십칠 년간 성가대를 지휘하며 봉직한 성 토마스 교회(Thomaskirche)가 자리한 곳이자, 멘델스존이 슈만과 함께 음악학교를 설립했던 도시. 대문호 괴테가 법학도 시절 『파우스트(Faust)』를 구상했고, 고문헌학(古文獻學)을 공부하던 청년 니체가 헌책방에서 손에 넣은 쇼펜하우어의 저서를 통해 세계와 자아를 마주했던 곳. ‘책의 도시’ 라이프치히는 이처럼 우연이 아니다. 종교와 예술, 문학과 철학, 이 모두를 아우르는 것은 결국 책이며, 책은 그 각각의 장르가 널리 전파되고 서로 소통하며, 다시 창신(創新)하게 하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루터가 면죄부 판매를 비판하며 쓴 「95개 논제(Anschlag der 95 Thesen)」는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의 인쇄술을 통해 전 유럽으로 전파됐고, 다양한 주제의 설교와 소논문들을 담은 인쇄물들이 그의 비텐베르크(Wittenberg) 서재에서 쏟아져 나왔다. 라틴어로 된 성경의 해석을 독점했던 로마 교회는, 루터의 독일어 완역판 성경이 출판, 보급되자 그 막강한 권력이 서서히 퇴색되기 시작했다. 이는 그때까지 통일된 언어가 없던 독일에 표준어를 정립하고 모국어에 대한 각성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후 괴테는, 라틴어에 비해 변두리의 언어였던 자국어로 위대한 문학작품을 탄생시킴으로써 그 품격과 자부심을 올려놓는다. 이처럼 근대 독일문화, 나아가 유럽문화의 발전에서 인쇄술과 제지술의 발달, 번역과 출판의 역할은 그야말로 지대한 것이었다.
중유럽 및 동유럽과의 접촉이 용이한 지리적 요건, 황제의 검열과 국수주의(國粹主義)로부터의 자유, 종교개혁이 더 적극적으로 진행된 북부와 동부 독일의 판로 덕에, 라이프치히는 급속도로 서적의 중심지로 부상하게 된다. 이차대전 이전까지 독일 출판물의 절반이 이 도시에서 발행되었을 정도로 출판업이 번성했지만, 독일 분단 이후 상대적으로 그 위상이 추락하게 되는데, 서독의 경제적 호황과 출판업의 급성장으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유럽을 넘어서는 국제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소위 ‘돈’과 ‘새 것’의 견본시장으로 성장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과는 반대로, 라이프치히 도서전이 독일 내부 독자와의 교류에 가치를 두고 특성화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책을 둘러싼 수많은 문화 장르와 전문가들이 독일의 역사를 만들었고, 이차대전과 독일의 분단은 그 역사의 흐름을 막게 되지만, 오히려 그것이 옛 독일의 참모습을 지키도록 돕는 아이러니.
매년 삼월마다 열리는 라이프치히 도서전은 도시 전체를 책 축제의 장으로 만들지만, 이 기간과 무관하게 이곳은 일 년 내내 책의 도시로서의 위상을 잃지 않는다. 시내 중심가에는 옷가게, 음식점과 나란히 고서점들이 즐비하고, 그 서가에는 골라도 골라도 보석 같은 책들이 끝없이 쏟아져 나온다. 극장, 카페, 식당은 작가들의 낭독회나 독자들과의 만남으로 불을 밝히고, 술집과 광장에는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작센 주(Saxony)의 대학도시이기도 한 라이프치히에는 책과 관련된 교육과정 역시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다. 라이프치히 시각예술대학(Hochschule fur Grafik und Buchkunst) ‘북아트’ 학과에는, 제판, 인쇄, 제본, 타이포그래피, 편집디자인 등 수공예에서 디지털 작업까지를 모두 아우르는 교과과정과 실습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이 도시가 명실상부 책의 도시임을 증명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라이프치히 인쇄술박물관(Museum für Druckkunst)’이다. 이십오 년 동안 인쇄기와 관련 자료를 모은 한 개인에 의해 1994년 세워진 이 박물관은, 인류에게 지식을 전달해 온 유럽 출판기술의 모든 것을 보여 준다. 이곳의 활자주조실, 조판실, 인쇄실, 제본실은 모두 공방(workshop)의 기능을 완벽히 갖추고 있어, 시설의 운영이 지속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2008년 처음 방문한 라이프치히와 그곳 도서전은, 출판도시(Bookcity)를 입안한 뒤 이십 년 넘게 그 완성을 향해 매진했던 나에겐 특별한 곳으로 각인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작년 가을, 사 년 반 만에 다시 찾은 그곳에서 운명처럼 만난 ‘마르틴 루터 전집’(1551-1559, 전12권)과, 그가 열 달 동안 칩거하며 성서의 독일어 번역에 몰두했던 바르트부르크성(Wartburg)을 정교하게 기록한 책을 품에 안으며, 이 도시는 나 자신, 출판도시, 그리고 한국과 끊을 수 없는 인연을 맺는 듯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문화부, 외교부의 지원으로 라이프치히 도서전에 한국관을 설치, 운영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유럽문화의 진입로로 명성을 확보하고 있는 이 도시와 교류함으로써 유럽문화권 안에 한국문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라이프치히가 지닌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우리가 제대로 공부할 수 있길 바랐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그 작은 첫 걸음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첫번째 주제로, 한국의 문자인 ‘한글’과, 한글창제와 더불어 문화부흥을 일으킨 ‘세종대왕’을 특별 전시의 테마로 삼았다. 지식을 독점했던 특권층이 지식정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출판에 대한 갖가지 통제와 단속을 관행화하던 15세기에, 누구나 배우기 쉽고 쓰기 쉬운 글자를 새로 만들고 백성들의 삶을 돕는 수많은 책을 펴낸 세종. 그리고 16세기 중세 로마 가톨릭의 철옹성 같은 권위를 무너뜨리고 라틴어 성서의 독일어 번역을 통해 권력자들의 지식 독점을 해체한 마르틴 루터. 이 두 인물의 혁명적인 생각과 실천은 놀랍게도 이질감 없이 결합한다. 이 도시에 세종과 한글을 당당하게 소개하고 싶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와 더불어 여러 정부기관에서 발행한 한국문화 관련 도서 및 국내 유수 출판사의 엄선된 출판물 오백여 종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인다. 짧은 준비 기간이었기에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이를 시작으로 두 나라의 문화적 교류가 앞으로 더욱 폭넓고 다양하게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국관 운영 또한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속에서, 계속될 것임을 약속한다.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결코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디지털로 인해 아날로그가 더욱 단단해지고, 아름다운 아날로그로 인해 디지털이 더욱 예리해짐을 믿는다. 이것이 우리가 라이프치히로 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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